세계 곳곳 코로나 종식 선언···韓 '뼈아픈 실수' 도드라졌다 / 임선영 기자 2020.06.13. 09:00

세계 곳곳 코로나 종식 선언···韓 '뼈아픈 실수' 도드라졌다 / 임선영 기자 2020.06.13. 09:00

전 세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거나 앞두고 있는 국가들도 등장해 부러움을 사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한국시간 11일 오후 4시 기준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는 약 736만명이고, 사망자는 약 41만6000명에 이른다. 이처럼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어떤 나라들이 '코로나 조기 퇴치'에 성공했고, 그 비결은 무엇일까.  

 

 

자국 내 코로나 19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발표한 뉴질랜드의 한 공원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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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내 코로나 19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발표한 뉴질랜드의 한 공원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슬로베니아·라오스 종식 선언, 뉴질랜드·대만·베트남 코앞에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한 나라로는 우선 뉴질랜드와 슬로베니아가 꼽힌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8일 자국 내 확진자가 ‘0’명이라고 발표했다. 10여 일간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 감염자도 회복되면서다. 뉴질랜드는 이달 15일 코로나 종식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인구 약 482만명인 남반구 섬나라 뉴질랜드에선 지금까지 확진자 1504명, 사망자는 22명 발생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8일 코로나 퇴치를 발표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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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8일 코로나 퇴치를 발표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슬로베니아는 지난달 14일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슬로베니아의 누적 확진자는 1488명, 누적 사망자는 109명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동남아에서도 종식 선언 국가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매체 비엔티안 타임스에 따르면 라오스 역시 이날 종식을 선언했다. 라오스는 59일 연속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또 라오스 정부가 밝힌 누적 확진자는 19명에 불과한데, 이들 모두 완치돼 퇴원했다.  

 

베트남과 대만은 지역사회 감염자가 50여일 째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에 10명 안팎의 기존 환자만 완치되면 종식을 선언할 예정이다.  

 

 

 

 

"뉴질랜드·대만처럼…거리두기와 입국 제한을”

 

 

 

반면 한국은 ‘코로나 청정국’ 턱밑까지 갔다가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명 미만으로 떨어졌으나,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지난달 6일부터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지역사회 감염자는 426명 발생했고, 이 가운데 412명(96.7%)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일각에서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이 시기상조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만은 사태 초기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효과를 봤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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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사태 초기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효과를 봤다. [AP=연합뉴스]

 

 

국내외 상당수 전문가들은 특히 뉴질랜드와 대만의 방역 성공에 주목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질랜드는 경찰관‧소방관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하곤 집에 머물도록 했고, 대만은 사태 초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또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국가 경계 단계를 낮추지 않았고, 봉쇄 정책도 점진적으로 완화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확진자가 확 줄었을 때 고삐를 조여 굳히기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느슨하게 풀어버렸다. 그러다보니 국내 방역은 확진자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면서 소모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미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와 달리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뉴질랜드와 대만을 벤치마킹해 다시 강력한 거리 두기로 전환하고, 외국인 입국 제한을 시행해야 한다. 지금이 더 이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영등포구 보건소에 설치된 코로나 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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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영등포구 보건소에 설치된 코로나 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 교수가 언급한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 조치’를 시행한 나라로 꼽힌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건 지난 2월 28일이다. 이후 확진자가 28명이던 지난 3월 19일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확진자가 102명으로 늘어난 같은 달 23일엔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학교의 문을 닫고 행사도 금지했다. 이후에도 약 5주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했다. 

 

윌리엄 하나지 하버드대 교수는 11일 미국 과학전문매체 파퓰러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는 일찍 국경을 폐쇄해 대규모 지역 사회 전파가 이뤄질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평했다. 소셜미디어(SNS) 방송을 통해 수시로 국민과 소통한 저신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도 호평을 받았다.  

  

대만 역시 철저하게 외부 유입을 차단한 이른바 '쇄국 방역'을 펼쳤다.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등 재빠른 국경 봉쇄가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또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의료용 마스크(N95) 수출을 금지하는 등 원활한 마스크 보급에도 힘썼다. 이런 노력의 결과 인구 2300만여 명인 대만의 누적 확진자는 443명이다. 이 가운데 7명이 사망하고, 430명이 퇴원해 현재 치료 중인 환자는 6명에 불과하다.   

 

 

 

 

“백신 개발전 종식 선언은 성급 … 미발견 감염자 많을 수도”  

 

 

 

베트남의 방역 성공은 '기적'으로 불린다. 중국과 국경이 접해있고, 인구가 약 9700만명이나 되는데도 사망자가 지금까지 한 명도 나오지 않아서다.  

 

베트남은 사태 초기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는 한편 해외 입국자들을 14일간 격리 조치했다. 또 도시 간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 조치를 내렸다. 코로나 19 검사도 공격적으로 시행했다. 지난 4월 확진 1건당 코로나 19 검사 건수는 996.7건으로 대만(147.6건), 뉴질랜드(123.9건), 한국(57.8건)을 크게 앞질렀다. 확진자가 줄었다고 방심하지도 않았다. 12일 연속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지난달 6일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면서도 거리 두기 유지는 강조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방역 포스터가 붙은 도로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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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방역 포스터가 붙은 도로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슬로베니아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갖춰 감염자를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오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리없는 살인자"로 규정하며 고강도 거리 두기를 시행해왔다.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는 11일 코로나 19 퇴치를 선언하면서 "관련 조처를 책임감있게 이행한 사회 모든 분야의 국민 공헌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조차 승리를 선언하는 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원히 국경 문을 닫거나 봉쇄령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채 수업받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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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채 수업받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방지환 서울대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19는 전 세계서 대유행하는 팬데믹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가 간 교류가 이뤄지는 한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확진자 수 감소가 일부 국가가 아닌, 세계 전반의 경향이 되어야 비로소 퇴치나 종식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해외에선 무증상 감염자가 최대 8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만큼 정부가 찾아내지 못한 감염자가 더 많을 수 있다”면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종식이란 말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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