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연구소 유출설’ 잠재우려 동분서주했다…개인 이메일 공개

파우치, ‘연구소 유출설’ 잠재우려 동분서주했다…개인 이메일 공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워싱턴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상원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3.03 | 샬럿 커트버슨/에포크타임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주고받은 3000페이지 이상의 개인 이메일(PDF 파일)이 전격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을 비롯해 미 고위 보건 당국자들은 작년 1월 말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연구소 유출설을 진화하고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미 보건당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음을 감추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이 드러났다.


해당 이메일은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워싱턴포스트 등이 정보공개법(FOIA)에 따라 청구해 입수했으며,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파우치 소장이 보건 당국자들과 주고받은 것이다.


이메일 발송 일자를 따라 되짚어보면, 사건의 흐름과 보건 당국의 대응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사태 초반, 파우치 소장 등은 과거 미 정부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협력했으며, 논란을 일으켰던 연구에 미국의 자금이 들어갔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이에 대응하려 기민하게 움직였다.


연구소 유출설에 대한 파우치 소장의 입장 변화 

 

파우치 박사는 지난 5월 바이러스 자연 발생설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며 재조사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몇주 전 자신의 발언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지난 5월 초 파우치 소장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증거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공적 혹은 의도적으로 조작됐을 리 없음을 강하게 시사한다”며 연구소 유출설을 일축했다.


그렇다면 파우치 소장의 진짜 견해는 무엇일까.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바이러스 사태 초반 제기됐던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보건 당국과 소셜미디어 기업,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적극적으로 축소·은폐됐다.


공개된 이메일(문서 제3229쪽)에는 파우치 소장이 작년 1월 31일 오후 8시 43분에 미 국립보건원 직원인 그렉 포커스로부터 받은 이메일이 실렸다.


이 이메일은 본문 내용 없이 그날 저녁 ‘사이언스’지에 실린 장문의 기사 1건만 첨부돼 있었다.


존 코헨 기자가 쓴 이 기사는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염기서열을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해당 주제를 다룬 거의 첫 기사였다. 

 

기사에서는 신종 코로나가 우한 수산 시장에서 발생했다는 자연 발생설에 집중하며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대해서는 ‘위험한 곳’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소에서 2015년 박쥐에서 발견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이용해 인체 감염성을 높이는 ‘기능획득 연구’ 등 팬데믹 이전부터 위험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또한 우한 연구소 책임자급인 스정리(石正麗) 박사를 비롯해 해당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미 국립보건원의 연구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했다.


아울러 해당 연구에 미 국립보건원 자금, 파우치 소장이 이끄는 NIAID의 보조금이 지원됐다고 덧붙였다.

 

2020년 1월 31일, 파우치 소장의 이메일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사이언스 기사가 실린 이메일을 받고 불과 한 시간 뒤인 2020년 1월 31일 오후 9시 47분, NIAID 백신개발센터 존 마스콜라 박사에게 보낸 이메일(3229쪽)에서 “존 코헨의 기사”라며 사이언스 기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2분 뒤, 파우치 소장은 각각 영국 비영리단체 대표인 제레미 파라 박사, 미국 스트립스 연구소(TSRI) 면역학자 크리스티안 앤더슨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오늘 막 나온 기사”라며 “현재 벌이는 논의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파우치 소장이 미 국립보건원이나 NIAID 소속이 아닌 파라 박사와 앤더슨 교수에게 급박하게 이메일을 보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며칠 후 이 두 사람은 실험실 유출설 진화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앤더슨 교수는 2020년 3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추정 기원(The Proximal Origin of SARS-CoV-2)’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공동 저술했다.


이 논문은 코로나의 자연적 발생설의 증거로 널리 인용되며 큰 영향력을 끼쳤다. 앤더슨 교수를 포함한 논문 저자들은 국립보건원과 파라 박사가 속한 단체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파우치 소장의 이메일은 계속됐다. 그는 이날 오후 9시 49분에 로버트 카들렉미 보건인적자원부 차관보에게 해당 기사를 이메일(3222쪽)로 전달하며 “로버트, 오늘 막 나온 기사인데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훌륭하다”고 썼다.


그날 오후 10시 32분 앤더슨 교수의 답장(3187쪽)이 날아왔다. 

 

“기사 잘 받았다”며 “바이러스의 특이점은 염기서열의 아주 작은 부분(<0.1%)만으로 나타난다. 그 특이점 중 일부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면 모든 바이러스 서열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앤더슨 교수는 해당 이메일과 별개로 우한 연구소 유출설을 반박하는 트윗을 썼다. 그는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이 제기한 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완전히 결함이 있고 잘못된 분석”이라고 했다.


미 보건 당국자들이 중공 바이러스 사태 초기, 연구 성과가 충분히 축적되기 전에 연구소 유출설을 없애는 데에 급급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과학적 증거와 객관적 사실을 추구해온 이들은 사태 1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야 “조사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2020년 2월 1일, 전화회의와 의문의 참석자

이날 오전 7시 29분 파우치 소장은 휴 오친클로스 NIAID 수석 부국장에게 미 국립보건원이 자금을 지원한 우한 연구소의 2015년 ‘네이처’ 게재 논문을 이메일(3221쪽)로 보냈다. 이 논문은 코로나바이러스를 합성해 인위적으로 인체 감염력을 증강하는 내용이었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가 오전에 나눈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핸드폰을 계속 켜두라”라고 강조하며 “내가 보낸 이메일과 논문을 모두 읽어보라”고 지시했다. 또한 “오늘 반드시 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35초 후 파우치 소장은 오친클로스 부국장에게 전날 자신이 받은 ‘사이언스’지 코헨 기자가 쓴 기사도 이메일(3215쪽)보냈다.

 

앞서 NIAID는 지난 2014년 피터 다작 박사가 수장으로 있는 뉴욕의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에 37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 단체는 하청 계약을 통해 자금 일부를 우한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다작 박사는 WHO 국제조사팀의 일원으로 우한 현지 조사를 벌인 인물이다.


2014~2015년 우한 연구소의 주요 연구는 ‘사이언스’지 코헨 기자도 다룬 바 있는 ‘기능획득 연구’다.


바이러스 인체 감염력을 높일 위험성 때문에 2014년 오바마 당시 행정부는 ‘기능획득 연구’를 유예하도록 했다. 파우치 소장이 오친클로스 부국장에게 보낸 기사에 실린 우한 연구소의 연구도 미국 정부의 금지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8시 19분에 파우치 소장은 국립보건원의 로렌스 타박 박사에게도 ‘중요’ 표시된 이메일(3210쪽)을 통해 우한 연구소의 ‘네이처’ 게재 논문에 관한 기사를 보냈다.



약 2시간 뒤인 오전 10시 34분에 파라 박사는 오후 2시 전화 회의를 열겠다는 단체 이메일(3197쪽)을 발송했다. 그는 “정보와 토론은 완전한 신뢰 속에 공유되며, 다음 단계에 대한 합의가 있을 때까지는 누설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회의 주제를 간략하게 소개한 단체 이메일에는 발송자인 파라 박사를 포함해 총 13명의 이름이 언급됐다.


이들은 이후 바이러스 전염력을 높이는 기능획득 연구를 후원한 문제를 놓고 여러 통의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논의했다. 일부 메일들은 내용이 삭제돼 전모를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다만, 전화회의는 예정대로 오후 2시에 시작됐고, 파라 박사는 오후 2시 56분 전화회의에 참석한 13명 중 4명에게 이메일(3172쪽)을 보냈다. 여기에는 파우치 소장도 포함돼 있다. 파라 박사는 이메일에서 “전화를 끊고 다시 잠시 통화하고 싶다. 5분~10분 정도”라고 요청했다.


이후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가 합류한 상태로 전화회의는 계속됐고, 이날 오후 3시 50분경 종료됐다.


오후 3시 50분에 미 국립보건원 프랜시스 콜린스 연구소장이 보낸 이메일(3167쪽)에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언급됐다.

 

콜린스 소장은 파라 박사에게 “테드로스 총장과의 통화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냥 알려주면 된다. 이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한 당신의 리더십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후 전화회의 참석에 감사하는 간단한 이메일을 끝으로 나머지 메일들은 모두 삭제됐다.


다만, 전화회의에 대해 언급하는 짧막한 이메일이 다음 날인 2020년 2월 2일까지 오갔다.


이날 오전 3시 30분 네덜란드 로테르담 소재의 에라스무스대학 의학센터 론 푸시에 교수는 “유익한 전화회의에 대해 파라 교수에게 감사하다”는 언급이 담긴 ‘론의 노트’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익명의 수신자들에게 보냈다. 내용은 2페이지가 넘었지만 완전히 삭제됐다.


그리고 오전 11시 28분 파라 박사는 파우치 소장과 콜린스 연구원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테드로스 WHO 총장과 베른하르트 교수는 분명히 비밀회의에 들어갔다. 제가 보기에 이들은 오늘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파라 박사는 이메일 말미에 금융·시장 전문 블로거 ‘제로 헤지(ZeroHedge)’를 언급했다. 67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파워 블로거인 제로 헤지는 작년 1월 29일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파라 박사가 이메일을 보내기 사흘 전의 일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파라 박사가 제로 헤지의 기사를 언급한 이메일을 발송하고 다음 날인 2월 3일 제로 헤지 트위터 계정이 영구 폐쇄됐다. 트위터는 규정 위반이라면서도 정확한 폐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신종 코로나 관련 음모론’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테드로스 WHO 사무총장이 파우치 소장을 비롯해 미국 보건당국자들로부터 어떤 말을 들었는지, 또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2020년 2월 3일 “소문과 오보 확산과의 전투”라는 내용을 담은 ‘총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테드로스 총장은 이 보고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검색 결과 상단에 WHO 정보를 볼 수 있도록 구글과 협력하고 있다”며 “트위터, 페이스북, 텐센트,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역시 잘못된 정보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조취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제프 칼슨, 한스 만케 기자가 기여했다. 

[출처] 에포크타임스 한글판 - Kr.TheEpoch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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