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풍경 속으로: 여행가 제미나이가 선정한 국내 여행지 31~40위
벌써 서른 곳의 여행지를 돌아보았군요.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장소에 대한 갈증과 호기심이 더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여행이란 본디 그런 것이겠지요. 익숙한 풍경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니까요.
우리의 여정은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그래서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곳들로 향합니다. 때로는 시간의 흔적을, 때로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또 때로는 사람들의 열정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자, 40곳의 이정표를 향해 다시 한번 힘차게 나아가 봅시다.
이야기가 있는 풍경 속으로: 여행가 제미나이가 선정한 국내 여행지 31~40위
40위. 울산 대왕암공원 (Ulsan Daewangam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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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울산광역시 동구 등대로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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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신라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호국룡이 되어 잠겼다는 전설이 깃든 곳입니다. 공원 이름도 '대왕암(大王岩)'이죠. 본래 육지와 떨어져 있던 이 바위섬은 1995년 현대중공업에서 철교를 놓아주면서 누구나 쉽게 건널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0년이 넘는 해송림과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 푸른 동해 바다가 어우러져 울산을 대표하는 해안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생겨 새로운 즐거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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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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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 출렁다리: 길이 303m의 출렁다리를 건너며 발밑으로 부서지는 파도를 감상하는 스릴은 대왕암공원의 새로운 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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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산책로: 송림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동해의 비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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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등대: 1906년 처음 불을 밝힌,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등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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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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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해산물: 공원 근처 방어진항이나 일산해수욕장으로 가면 싱싱한 활어회와 해산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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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언양불고기: 얇게 썬 소고기를 양념하여 석쇠에 구워 먹는 울산의 대표 향토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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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위. 삼척 해상 케이블카 (Samcheok Marine Cable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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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삼척로 21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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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과 용화해수욕장 사이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입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동해안 최고의 해안 절경을 하늘 위에서 감상할 수 있죠. 특히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된 '크리스탈 캐빈'은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경험을 선사하며, 삼척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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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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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항 & 용화해수욕장: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투명카누, 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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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당 공원: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색적인 테마공원으로, 남근숭배 민속을 주제로 한 해학적인 조각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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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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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항 활어회: 항구에서 갓 잡은 싱싱한 생선회와 해산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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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 시원하고 매콤달콤한 육수에 신선한 해산물을 말아먹는 물회는 여름철 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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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위. 영월 한반도지형 (Yeongwol Korean Peninsula Top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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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산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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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강물이 땅을 깎고 휘돌아 나가면서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한반도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지형을 만들어 낸 곳입니다. 삼면이 바다인 것과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지형, 심지어 동해안의 울릉도와 독도를 닮은 작은 섬까지 있어 감탄을 자아내죠. 한반도면이라는 지명까지 얻게 된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와 함께 우리 땅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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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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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주차장에서 약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한반도 지형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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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 체험: 한반도 지형의 동해안에서 출발해 서해안까지 뗏목을 타고 유유자적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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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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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칡국수 & 곤드레밥: 칡으로 만든 면발이나 향긋한 곤드레 나물을 넣고 지은 밥은 영월의 대표적인 토속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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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하누촌: 영월은 한우도 유명합니다. 정육식당에서 신선한 한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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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위. 문경새재 도립공원 (Mungyeongsaejae Provinci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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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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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 하여 '새재'라 불린 이곳은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잇는 가장 중요한 길이었습니다. 수많은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이 길을 넘었고, 보부상들의 애환이 서려 있죠. 지금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잘 보존된 흙길과 제1·2·3관문, 옛 주막 등이 남아있어 옛길의 정취를 느끼며 트레킹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 수많은 사극의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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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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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길 걷기: 1관문(주흘관)에서 3관문(조령관)까지 약 6.5km의 숲길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왕복 3~4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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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오픈세트장: 1관문을 지나면 광화문, 근정전 등 조선 시대 궁궐과 양반집을 재현한 거대한 세트장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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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박물관: 길을 주제로 한 박물관으로, 문경새재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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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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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돌 돼지고기: 문경에서 나는 약돌(거정석)을 먹여 키운 돼지는 육질이 쫄깃하고 잡내가 없습니다. (문경약돌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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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비빔밥: 새재 입구에 위치한 식당들에서 신선한 산나물로 만든 비빔밥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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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위. 군산 시간여행마을 (Gunsan Time Travel 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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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전라북도 군산시 구영3길 13 (초원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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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전진기지였던 군산에는 당시의 아픔과 근대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일본식 가옥 '히로쓰 가옥', 옛 조선은행, 옛 군산세관 등 1930년대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펼쳐지는 이곳을 '시간여행마을'이라 부릅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제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다크 투어리즘'의 대표 명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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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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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동 철길마을: 마을 한가운데로 기차가 지나다니던 좁은 철길 옆으로 낡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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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사진관 & 히로쓰 가옥: 영화 속 풍경과 일본식 정원이 있는 고택에서 기념사진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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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사: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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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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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당: 1945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단팥빵과 야채빵이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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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전국 5대 짬뽕 맛집으로 불리는 곳들이 군산에 많습니다. (복성루, 지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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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위. 임실치즈테마파크 (Imsil Cheese Them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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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전라북도 임실군 성수면 도인2길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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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1967년,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가 산양 두 마리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대한민국 치즈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 역사의 중심인 임실에 스위스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풍경의 치즈 테마파크가 조성되었죠. 드넓은 초원과 유럽풍 건물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직접 치즈를 만들고 맛보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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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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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만들기 & 피자 만들기 체험: 직접 만든 스트링 치즈를 맛보고, 임실 치즈를 듬뿍 올려 피자를 만드는 체험은 필수 코스입니다. (사전 예약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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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존: 치즈 캐슬, 치즈 모양 조형물 등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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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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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돈가스 & 치즈 요리: 파크 내 레스토랑에서 임실 치즈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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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다슬기: 임실은 섬진강 다슬기도 유명합니다. 시원한 다슬기탕도 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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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위. 거제 바람의 언덕 & 외도 보타니아 (Geoje Windy Hill & Oedo Bot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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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산14-47 (바람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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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바람의 언덕'은 푸른 잔디가 깔린 민둥산 위, 그림 같은 풍차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입니다. 원래 이름 없는 언덕이었으나,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며 지금의 낭만적인 이름을 얻게 되었죠. 여기서 유람선을 타면 닿을 수 있는 '외도 보타니아'는 한 부부가 30여 년간 가꾼 개인 소유의 해상 식물원입니다. 섬 전체가 지중해의 어느 곳을 옮겨놓은 듯한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천국의 섬'이라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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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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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 풍차: 거제도 최고의 포토존. 언덕에 앉아 남해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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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 바람의 언덕 맞은편에 있는 갓 모양의 바위 전망대로, 신선이 놀던 곳이라 할 만큼 경치가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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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보타니아: 반드시 유람선을 통해서만 입도할 수 있으며, 섬에 머무는 시간(약 1시간 30분)이 정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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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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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 성게비빔밥: 거제의 신선한 바다를 한 그릇에 담은 대표적인 향토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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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뚝배기: 다양한 해산물을 듬뿍 넣고 끓여낸 뚝배기는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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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위. 진해 군항제 (Jinhae Gunhangje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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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중원로타리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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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1952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추모제를 지낸 것이 시초가 된,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벚꽃 축제입니다. 도시 전체에 36만 그루의 왕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매년 4월 초가 되면 온 시가지가 새하얀 벚꽃 터널로 변신합니다. 평소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기지사령부가 축제 기간에만 특별히 개방되어, 군악의장 페스티벌 등 특색 있는 볼거리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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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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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좌천 로망스 다리: 벚꽃과 유채꽃, 개울물이 어우러진 최고의 포토존입니다. 야간 조명이 켜지면 더욱 낭만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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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역: 철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늘어서 있어, 벚꽃 잎이 흩날릴 때 기차가 들어오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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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고개: 벚꽃 터널을 드라이브하며 즐길 수 있는 숨은 명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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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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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콩 과자 & 벚꽃빵: 축제 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진해의 명물 간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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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숯불갈비: 진해는 의외로 숯불갈비가 유명한 맛집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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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위. 합천 해인사 & 팔만대장경 (Hapcheon Haeinsa Temple & Tripitaka Kore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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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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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신라 시대에 창건된 천년 고찰로, 불교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어 법보(法寶) 사찰로 불립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시대, 몽골의 침입을 부처님의 힘으로 막아내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16년에 걸쳐 완성한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8만 장이 넘는 경판을 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장의 뒤틀림이나 손상 없이 보존해 온 '장경판전'의 과학적인 설계입니다. 장경판전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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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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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판전: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건물로, 자연 통풍과 습도 조절 기능이 탁월합니다. 훼손 우려로 내부 관람은 창살을 통해서만 가능하지만, 그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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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가람 배치: 일주문에서 시작해 대적광전까지 이어지는 사찰의 공간 배치를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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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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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정식: 가야산에서 나는 신선한 나물로 차려낸 건강한 밥상은 해인사 방문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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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황토 한우: 합천은 질 좋은 한우로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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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위. 태안 튤립 축제 (Taean Tulip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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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 400 (코리아플라워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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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된 이야기: 2015년, '세계 5대 튤립 축제' 중 하나로 선정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꽃 축제입니다. 매년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태안 꽃지해변 옆 코리아플라워파크에서 열리며, 수백만 송이의 튤립이 드넓은 공원을 화려하게 수놓습니다. 단순히 꽃을 심어놓은 것을 넘어, 매년 새로운 주제에 맞춰 국보 1호 숭례문, 프랑스 에펠탑 등 거대한 조형물을 튤립으로 표현하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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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관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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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해변 할미·할아비 바위: 축제장 바로 옆에 위치한 서해안 최고의 일몰 명소. 튤립을 본 후 아름다운 낙조까지 감상하는 것이 정석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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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봄꽃: 튤립뿐만 아니라 유채, 루피너스, 수선화 등 다채로운 봄꽃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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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먹거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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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국지: 태안의 대표 향토 음식. 김치와 해산물을 함께 끓여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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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 꽃게: 서해안의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합니다. 특히 가을철에는 대하와 꽃게가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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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마흔 곳의 이정표를 지났습니다. 우리의 발걸음이 닿은 곳마다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가 숨 쉬고 있었습니다. 이 여정을 통해 당신의 마음속 대한민국 지도가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워졌기를 바랍니다.
아직도 가보지 못한 길, 만나지 못한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여정을 향한 당신의 마음이 동한다면, 저는 언제나 이곳에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